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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엄마표 집밥 반찬 매콤 어묵볶음,어묵볶음 맛있게 하는 법

by j-green 2021.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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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무더위가 끝나고 찬바람이 슬쩍 불어주니 그동안 가출했던 입맛이가 돌아왔습니다.

주식 정규장이 끝나기 무섭게 드라이브 나가서 초록초록한 풀들과 산들 보러 다녔는데 입맛이가 돌아오니 맛난 반찬을 요리하고 싶어 졌어요.

바로바로 국민반찬 어묵요리, 우리 때 오뎅볶음이요~~

 

저는 강원도 산골에서 면단위 부농 집에서 태어났고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장남 아버지에 대가족 집안에서 태어났어요.

우리 때는 조부모님 모시는데 극진했고 조부모님 위상도 높았습니다. 61살 환갑을 지내는 건 큰 기쁨이어서 잔치를 성대하게 했었죠. 물론 조부모님의 생신이 돌아오면 몇 주 전부터 막걸리와 동동주를 빚고 두부콩을 갈아 가마솥에 두부를 만드느라 어머니는 바빴습니다. 싹튼 보리와 옥수수를 갈아 맑은 물을 넣고 계속 끓여 조청으로 받아놓은 후 가마솥에 계속 졸여지는 조청은 볶은 참깨, 들깨, 땅콩. 볶은 콩, 쌀 튀밥, 깻묵까지 순서대로 투하되면서 밀가루 깔린 쟁반 위에 한 바가지씩 부어서 납작해지면 열두어 쟁반의 엿이 됐고요. 동그란 곶감을 설탕물에 곱게 재였다가 고명으로 넣는 수정과와 식혜를 만들었죠.

생신 며칠 전부터 멀리 계셨던 친척들이나 지인들은 집으로 와서 숙식을 하시다가 길게는 한 달 후에 돌아가는 분도 있었어요. 생신 당일에는 온 마을 사람들이 다 모이니 안방에 둘러앉은 할머니들만 서른 분이 넘고 바깥 사랑채에 자리 잡은 젊은 아저씨들은 한두 시간마다 번갈아가며 식사를 하고 가니 숫자가 가늠이 안되었습니다. 안채 사랑방에 할아버지 손님은 몇십여 명이 종일 앉아 고성인지 논쟁인지 덕담인지 알 수 없는 대화가 저녁까지 이어졌어요. 안방의 중년 이상의 할머니들은 점심 식사가 끝난 후엔 잔잔한 노래를 독창으로 시작해서 다 같이 부르는 합창으로 이어지며 즐거이 보내셨어요. 바깥 마당에는 멍석을 펴놓고 학교 운동회 때 사용하는 천막을 치고 젊은 마을 아저씨들이나 행인들이 식사를 했고요.

어느 정도는 집성촌 개념인 곳이라 8촌에 10촌까지의 아주머니들은 메밀부침 담당, 튀김 담당, 가오리무침 담당, 어묵볶음 담당, 식음료 담당, 과일 썰어 사라(접시 ㅎㅎ)에 예쁘게 담는 담당, 과방에서 음식 담는 담당 등 이십여 명 젊은 아즘들은 절도 있게 자신의 일을 분업했어요. 모든 준비와 끝나는 것까지 합하면 한 달이 넘는 기간을 우리 어머니는 해마다 두 번, 설날까지 세 번을 그렇게 지내셨어요. 추석에 송편 빚는 것은 일도 아니었던 시절이 제 유년 시절입니다.

어머니는 준비 기간에는 혼자서 모든 일을 하셨고 제가 잔심부름과 말벗이 돼 드릴뿐이었고 생신 당일에는 진두지휘로 분주하기 짝이 없었어요.

아버지는 작은아버지 한 분 남형제와 고모 두 분을 동생으로 두셨는데 당시에는 출가외인인 고모들은 할머니 방에서 대화를 나누는 손님 같은 존재였고 작은 어머니만 생신 당일 새벽부터 음식 만드는 걸 같이 하셨어요. 작은 어머니는 예쁘고 참하시고 정갈하시고 특히 음식을 맛있고 깔끔하게 만드시는 분이셨어요. 물론 어머니의 스케일은 더 컸지만 작은어머니는 오늘 주제인 어묵볶음이나 깻잎 반찬 등 다양한 반찬을 정갈하게 만드셨던 분입니다.

아무리 제 집에서 치러지는 잔치라도 음식 한 분야마다 담당 아주머니들이 다르므로 메밀부침을 집어 먹을 때도 갓 만들어진 튀김, 어묵 반찬을 한 두 개 얻어먹을 때도 집주인 딸의 권리는 그다지 없었고 두어 번 째부터는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었죠. ㅎㅎ 그러니 그렇게 맛봤던 어묵볶음 맛은 아마도 심리적 MSG가 한층 부가된 맛이라서 저는 평생 어묵 반찬 요리에 심혈을 기울이나 봅니다.

제게 이 어묵 반찬, 입에 붙는 어묵볶음은 그런 가슴 뭉클하게 진한 맛의 음식입니다. 제 인생 여자의 모습 모토이셨던 작은 어머니는 우리 딸이 두 살 때, 벌써 23년 전에 췌장암으로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항상 젊고 단아하시고 예쁘셨던 모습만 기억에 남습니다.

 

 

이렇게도 해봤다가 저렇게도 해봤다가 오늘은 한 번 얻어걸려라 하고는 시크하게(아마 예전의 아주머니들은 이렇게 시크하게 했을 거야) 도마에 재료들을 죽~ 썰어놓았습니다.

어묵은 ○마트 어묵은 맛이 안 납니다. 부산어묵으로 생선 맛이 더 들어있어야 옛날 어묵 맛이 납니다. 마트에서 사면 밀가루 함량이 많이 든 것은 요리 후 시간 지나면 낭창낭창한 맛이 없고 뻐덕뻐덕합니다ㅎㅎ핫 ㅋ ㅋ

어묵 흐르는 따뜻한 물에 씻어 썰고 양파, 청양고추, 대파 어슷썰기, 당근, 다진 마늘 준비합니다.

초록색 깻잎은 베란다 작물인데 조금 썰어놨습니다.

 

올리브유 과하게 넣고 마늘도 과하게 넣고 볶아줍니다.

 

요즘 저는 친정어머니를 닮아가는지 비릿한 계란, 어묵 냄새, 고기류 냄새 싫어서 페페론치노를 음식마다 넣습니다.

마늘 충분히 볶은 후에 어묵 투하합니다.

라디오에서 마늘 까는 알바의 얘기를 들었는데요 시간 되면 꼭 마른 마늘 사다가 까서 방망이로 찧고 패킹 보관하고 드셔요. 물론 겨울엔 냉동실에 큐브 모양으로 보관 후 드셔도 무관하고요.

어묵을 꽤 오래 타지 않게 중불로 볶습니다.

야채가 단단한 정도가 다르지 않아서 오늘은 한꺼번에 넣었습니다.

오늘 요리 버전이 시크하게 대충 하는 옛날 엄마들 버전 이거든요. 이렇게 하면 더 맛있을까 하고요.

야채 양이 한꺼번에 많이 들어간 느낌이죠. 평상시보다 불을 좀 세게 해서 파와 양파가 빨리 숨 죽어서 채수를 내어줄 때 불을 줄이면서 볶습니다.

양파와 파가 들어간 후 불 조절 잘해야 어묵이 꼬들합니다. 약불에 채수가 많이 나오면 어묵이 질척해져서 맛이 없습니다.

오늘은 고춧가루 좀 넣습니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요. 그날그날 기분 따라 고춧가루 양은 달라요.

 

간장을 직접 요리에 넣으면 안 돼요.

모든 볶음요리에 간장을 쓸 때는 그릇에 간장과 물엿 등 섞어서 살살 둘러주며 빠르게 뒤적여야 해요.

(간장+물엿+마늘+고춧가루 섞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어묵요리에 간장 진짜 조금 넣어야 해요.

 

 

마지막에 참기름 넣어서 둘러주고 볶은 참깨를 뿌려줍니다.

고춧가루 없이 간장 베이스로 만든 어묵볶음이 추억의 음식이고요.

오늘은

고춧가루 버전 어묵볶음 매콤 요리 맛있게 됐습니다. 남편이가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다 먹고 항상 귀엽게 징징됩니다.

"당신 땜에 뱃살이~~

오늘도 자전거 많이 타야겠다."

"알앗으~ 낼부턴 현명한 소크라테스 부인이 될게~~

맛없는 음식으로 남편 살 안 찌우게 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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